2024. 8. 25. 19:08ㆍ리뷰
올해 나온 영화 중에서 그래도 봐야겠다 싶은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나름 평단과 관객들의 평이 좋아서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에서 우리들의 인간군상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의 느낌이 들어서 마음 놓고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2023년 8월 9일 개봉
129분, 15세 관람가
감독 : 엄태화
배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박지훈, 김선영
초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홀로 남아 있는 황궁 아파트 103동, 여기서 생존자들은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아파트 주민과 외부인들은 갈등하지만, 때론 협력하면서 외부의 지원을 기다려 보지만 점점 희망이 사라져간다. 결국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인들을 내쫓기 시작하고 외부인들은 쫓겨나게 되면 결국 죽게 된다는 사실에 크게 반발하게 된다. 아무것도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의식주 모두가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은 채 앞으로 다가올 고난들을 견뎌내야 한다. 아파트 주민 중에서는 외부인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외부인들을 쫓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돌파구를 찾으려면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입주민의 제안에, 앞선 사건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 영탁(이병헌)이 리더로 뽑히게 된다.
외부인을 내쫓은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 자치 위원회를 통해 입주민 수칙을 정하고 질서를 확립한다. 주민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그의 기여도에 따라 배급을 차등 분배한다. 부족한 식량과 필수품들을 분배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 주민들은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과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람 사이에 갈등과 반목을 이어간다. 결국 그런 갈등은 내부와 외부의 위협에 의해 폭발하고 만다. 위험이 닥치고 난 이후의 긴급 상황에는 평화로운 기간이 잠시 찾아오더라도 다시금 위험이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 바로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다. 현재의 상황에 순응하고 생존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이는 인물과 남에게 베풀어주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인물 사이에서 갈등은 고조된다. 결국 이기적인 사람의 본성 때문에 타인을 배제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모습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부각된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닮은 이러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내적 불편함을 유도한다. 부동산을 비롯한 물질 만능주의,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 타인을 배척하고자 하는 님비 현상같이 늘 뉴스에서 보던 모습이 이렇게 추악한 모습인 것을 알면서도 늘 반복된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언론을 통해 부동산 투기 과열이 고조되면서 극단적인 양극화가 고조되면서 여러 가지 꼴불견을 만들어 냈는데, 이를테면 전월세 차별이나 아파트의 브랜드 차별 같은 모습이 이 영화에도 비슷하게 나온다. 황궁 아파트를 내심 한 계급 아래로 보던 주위 아파트 주민들과의 갈등도 일종의 우리 사회의 꼴값이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로 간에 차별하고 벽을 세울수록 결국 우리는 건강하지 않고 파멸적인 사회로 진입한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계급과 차별이 없다는 우리 사회가 갈수록 재산과 경제적 격차로 계급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종을 울릴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병헌과 박서준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이렇게까지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대한 비정상적인 애착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아쉬웠던 부분은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과 용두사미와 같은 결말이 아쉬움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시나리오의 힘은 복선과 회수, 그리고 반전 같은 장치에서 나오는 데 영화를 집중해서 봤다면 누구나 이병헌의 비밀을 알 것이다.
매해 여름마다 블록버스터 대작이 쏟아져 나온 극장가가 요즘 생각외로 한산하다. 총 4편의 우리나라 작품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영 흥행이 시원치 않다. 앞으로 계속 어려울 우리나라 영화계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골라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오래지 않아 힘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떤 유종의 미를 거둘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포스팅하게 되었다. 이정도 좋은 작품은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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