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5. 19:38ㆍ리뷰
보려고 마음먹게 된 이유
엘리멘탈이 개봉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흥행에 부진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대략의 줄거리를 보고 오랜만에 픽사의 영화를 볼 마음이 생겼다. 한국계 감독님인 피터 손과 또 많은 이민자 2세인 픽사 직원들의 자전적인 얘기를 담고 있다고 했다. 이국땅에서 정착한 부모님과 내가 자란 미국이라는 나라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경험담이 녹아있다. 부모님들의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겪는 갈등과 부모님의 희생으로 인한 미안함 같은 모든 감정이 녹아 들어있다.
간단한 줄거리
엘리멘탈의 세계관은 물, 불, 흙, 공기의 네 원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원소들은 엘리멘탈 시티에서 다 같이 모여 살고 있다. 나름대로 어울려서 살고 있지만 물, 흙, 공기와는 다르게 불은 파이어타운이라는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같이 살고있지만 아직은 융화되지 않은 모습을 통해 융화되지 않은 이민자들을 의미한다. 특히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들은 아시아계 이민자, 그중에서도 한국계 이민자들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이 중에서 불의 딸 "앰버"와 물의 아들 "웨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앰버(Ember)는 타거나 그을린 숯과 나무의 남은 것을 의미한다. 의미 그대로 그녀의 성격은 불같이 타오르고 화를 좀처럼 참지 못한다. 그리고 좀처럼 파이어타운 외의 곳에서 지내지 못해서 세상 밖이 어떤지 잘 모른다. 앰버의 아버지 버니는 나름대로 이민와서 힘든 기억도 있고,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한다. 엄격한 아버지지만 나름의 자수성가를 해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딸 앰버에게 언젠가 자신의 잡화점을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도제 혹은 수습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앰버는 그런 아버지를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가업을 잇고자 하는 꿈을 갖고 노력하게 된다. 또한 엘리멘트어(비유하자면 영어)가 더 편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아슈파라고 부른다. 이민자 2세들이 영어에 아주 능숙하지만 영어를 쓰면서도 Dad라고 부르지 않고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 같은 디테일이 있다.
웨이드(Wade)는 힘들여, 헤치며 건너다 라는 뜻이다. 웨이드의 집안은 전형적인 미국 백인 상류층 집안으로, 요즘 말로 금수저 집안이다. 공직에도 몸담고 있으며, 아는 인맥마다 모두 한자리하는 사람들이다. 티 없이 자란 구김살 없는 유쾌한 성격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모님들의 사랑과 지지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다.
이야기는 앰버와 웨이드가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한다. 앰버는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을 도우며 가업을 물려받을 생각에 갇혀 있다. 수도 공무원인 웨이드가 어쩌다 생긴 수도관 누수 문제 때문에 앰버 쪽으로 빨려 들어온 덕분에 이 누수 문제를 함께 해결하게 된다. 또 앰버가 유리공예에 소질이 있어 웨이드가 지인인 유리공예 사장님을 소개해 주려 하는데, 앰버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웨이드는 전전긍긍하면서 그녀가 왜 기분이 좋지 않고 불편해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후에 그녀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게 된 웨이드와 함께 앰버는 앞에 마주하는 역경을 딛고 함께 헤쳐 나간다. 자세한 내용은 너무 스포일러라서 꼭 영화관에서 보시거나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보시길 바란다.
상징과 의미, 그리고 감상
불과 물은 함께 섞여 살 수 없는 것처럼 비추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 두 원소의 만남, 교류, 사랑을 그려낸 픽사의 메시지는 그 의미 덕분에 아름답다.
주류 백인 계층과 이민자들은 이 엘리멘탈 시티처럼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서로의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엘리멘트어를 통해 교류하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한 장면에서, 웨이드의 가족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앰버의 엘리멘트어 실력이 아주 훌륭하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앰버는 모국어라서 잘한다고 대답한다. 흔히 겪을 수 있는 인종차별 중의 하나로 이민자들이 현지 언어를 잘하면 (외모는 현지인이 아닌데) 현지어를 잘 한다는 말을 듣는다. 혹은 영어를 너무 잘하는데 혹시 어디서 왔냐고 묻기도 한다. 미국이라고 얘기하면 원래 살던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 다인종의 나라인데 이민자들의 2세, 3세들이 태어나 미국인으로 자랄 수도 있는 건데, 너네는 미국인이 아니라는 뉘앙스가 드러나는 차별이다. 이런 섬세한 요소가 가득해서 관객과 평단의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내 기준으로 아주 훌륭한 시각적 재미와 교훈이 함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만이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며, 그 다양성 덕분에 많은 재능과 따뜻한 마음이 모여, (영화 결말처럼) 세상을 향해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픽으로는 정말 나무랄 데가 없다. 엘리멘탈 시티를 그리기 위해서 넘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도 많았다고 감독님이 밝히셨다. 참고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원소들의 특징을 아주 잘 잡아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과학 지식에도 도움이 되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하는 좋은 교육용 영화다. 다만 아쉬운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뻔한 스토리 라인이었고 다른 원소들의 비중이 너무 작다. 공기와 흙의 얘기도 2탄에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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