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5. 18:32ㆍ리뷰
다들 똑같은 경험들을 한다. 넷플릭스를 켜면 정말 볼 게 많은데 내가 볼 것은 없다. 그렇게 작품을 고르다 잠에 드는 것이다. 그래도 가장 끌리는 것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나의 마더 I Am Mother'다. 적당한 SF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주인공도 적어 외워야 하는 이름도 적다. 오로지 스토리만 따라가면 된다.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가 거의 멸망했는데, 가상의 보호소 같은 공간에서 기계가 태아를 한 명씩 탄생시키고 기르며 자신을 마더라고 칭하는 설정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왜 기계가 인간 종을 보존하려고 하는 것일까? AI를 통해 학습된 기계를 우리가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줄거리
가까운 미래에 왜 인류가 멸망했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Mother 엄마라고 불리는 기계가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잉태시키고 거친 외부 환경과 단절된 안정된 시설에서 모자람없이 기르기 시작한다. 차분히 Daughter 딸이라고 불러주며 자장가도 불러주고 교육도 시켜준다. 나름 자장가를 불러주는 등 애정을 주고 훈육으로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시험을 치러 인지 발달 과정을 평가한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부 세계는 이미 멸망해 도저히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라 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따르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우연히 연달아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 딸은 엄마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완벽한 멸망의 세계인 줄 알았던 바깥세상에 생명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과연 이 딸과 엄마를 통해 이 영화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강 스포주의)
어느 날 시설 전체에 정전이 일어나는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딸은 이 사실을 엄마에게 알려보지만 엄마는 충전을 위해 멈춰있었다. 딸은 혼자 용기를 내어 발전실로 들어가는데 그 정전을 일으킨 원인이 작은 쥐 때문임을 알게 된다. 외부세계를 포함해 살아남은 생명은 자신 하나 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마주친 쥐를 통해 소녀의 마음 속에 조금씩 외부 세계에 대한 갈망이 싹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엄마는 뒤늦게 달려와 딸이 발견한 쥐를 서둘러 소각해버리고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강하게 타이른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딸의 마음이 흔들리는 사건이 벌어진다. 시설 외부에서 인기척이 들려 나가본 딸은 처음으로 자신을 제외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밖에서 심하게 고생했을 얼굴을 하고 심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외부인은 딸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친다. 잠시간의 고민 끝에 열어주는데 그 과정에서 엄마와의 갈등이 처음으로 생겨나게 된다. 여지껏 갈등 하나 없이 엄마를 따랐는데, 엄마의 의견과는 다르게 딸은 외부인을 받아들여 치료를 해주고자 한다. 엄마는 그 외부인을 내심 제거하거나 내쫓고 싶었을 텐데 딸의 의견을 따라 외부인을 받아준다. 이 때부터 외부인은 딸에게 외부세계에 대해 알려주며 밖에는 사람이 많고, 자기가 그린 사람 그림을 보여준다. 이 때부터 딸은 엄마 몰래 외부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탄생의 비밀을 몰랐던 딸은 자신의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엄마가 아들을 갖고 싶다고 한 것이다. 엄마는 딸에게 다음 태어날 아들을 정해달라고 했고, 딸은 많은 캡슐에 있는 배아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된다. 이 때 많은 캡슐등 중에 비어있는 항목이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자신이 첫 번째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세번째라는 것. 그럼 나머지 두 명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이 되는 딸이었다. 이 때부터 딸은 내심 태어날 자신의 남동생을 데리고 외부인과 함께 탈출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외부인은 당장 밖으로 나가자 하지만 딸은 자신의 남동생이 태어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딸은 그 상황에서도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착한 딸로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시험도 열심히 보는 아이였다. 탈출하기 전까지. 엄마는 딸에게 단순한 객관식이 아니라 가치판단을 해야하는 주관식 시험을 보게 한다.
위급한 환자가 있는데 이 환자를 살리지 않으면 나머지 다섯 명의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장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 환자를 살리면 나머지 다섯 환자는 장기 기증을 받지 못해 죽게 된다. 이 때 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쩌면 이 시험은 딸에게도 엄마에게도 주어지는 시험과도 같다. 자신의 희생으로 남을 살릴 준비가 되었는가? 사람 개개인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하는가? 살려야만 하는 사람이 도둑이나 강도인데도 살려야 하는가? 이 질문은 처음 시작하자마자 주어지지만 끝날때까지 유지되는 질문이다.
(매우 강력한 스포주의)
이후에 나오는 내용들은 상당히 설명이 부정확하며 추리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를테면, 엄마라는 AI는 기존의 인류를 절멸시키고 새롭게 다시 인류를 길러내야 하는 책임을 짊어지라고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밖에 거대한 전투용 로봇은 기존의 인류를 멸망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혹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인류 문명은 멸망으로 치닫게 되고 이를 위해 최후의 인류를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되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보호시설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머지 밖에있는 인류는 척박한 광산에 남겨져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멸망할 것이다. 이 딸이라는 아이는 그 상황에 태어나 엄마의 가르침을 받고 최후의 인류로서 또 다시 최초의 인류를 향한 희망을 가리키고 있다. 엄마는 딸에게 계속 시험을 치르면서 어쩌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지도 모르겠다. 답이 없는 문제에서 자신은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기게일지라도 기능적으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외부인은 기존에 태어났던 길러냈던 아이일 수도 있다. 이후 교육이 완전하지 않아 소각시키지는 않고 밖으로 내보냈을 수도 있다. 이 외부인은 밖에서 처참하게 생활하면서도 보호시설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자유라는 가치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했을 수도 있다. 그 외부인의 입장에서 딸은 그 자유를 누려보지도 못하고 갇혀있는 앵무새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총평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SF, 액션 분야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면 더 좋아한다. 이 영화는 시간 떼우기에는 훌륭한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다가, 영화 전체적으로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스토리가 시간 순서에 인물도 많지않아 머리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여운도 남아 곱씹을 만한 장면이 있다.
하지만 스펙타클한 장면을 기대했을 분들은 실망이 클 수 있다. 찝찝한 결말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간단하게 쓰려고 했지만 정말 난 이런 영화는 간단하게 정리할 자신이 없다. 끝도없이 스토리를 그대로 복사하다가 마무리에 정말 형편없는 말로 가득 채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쩌면 내가 철학과 도덕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영화는 꼭 그 소감을 남겨보고 싶어서 시도했다. 다음에도 또 다른 넷플릭스 리뷰를 남기려고 한다.
#나의마더 #넷플릭스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아이엠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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