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5. 18:22ㆍ리뷰
감독 : 신태라
주연 : 황정민, 유선, 강신원, 김서형, 김정석
한국형 스릴러를 향한 도전이었던 작품이다. 일본 동명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들고 나타났다. 원작의 생생한 공포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는 평을 받았다. 황정민의 연기력은 '너는 내 운명', '신세계', '사생결단', '달콤한 인생' 등 많은 작품에서 검증이 된 배우라서 믿고 보게 되었다. 내면 연기의 풍부함과 연기 스펙트럼의 다양함은 그의 최고 장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황정민의 보험 상담 부스에서다. 자살도 보험 처리가 되느냐는 황당하고 섬뜩한 상담이 걸려온다. 마치 살인자의 전화인듯한데, 황정민은 침착하게 대처를 한다. 하지만 상황은 복잡하게 진행되며 그의 주위에서 죽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를 부르는 상담 요청자의 집으로 가보니 검은 집이 나오고, 그 집 아이가 죽어있다. 그 집의 구성원 모두 고액의 보험을 가입하고 있었고, 그 집 주인의 행동이 역시 수상하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자해를 통한 보험 사기단 같아 보인다. 수상하지만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보험금을 지급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옥신각신 한다. 공교롭게 아내의 친구인 심리학 교수가 황정민의 상황을 전해 듣고는 싸이코패스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이 분도 죽는다. 개봉될 당시 우리나라에는 싸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대중화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싸이코패스란 정신 이상은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감정 자체를 못 알아채고 그 구분을 못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의 모티브이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싸이코패스는 유선의 연기 그 자체로 더 부각되면서 몰입도를 증가시키는 소재가 된다. 소화기를 맞고도 돌아다니질 않나, 불에 타 죽는 줄 알았는데 끝까지 살아서 돌아다닌다. 요즘에야 워낙 세상이 흉흉해서 전형적인 싸이코패스 범죄자들을 사람들이 손 쉽게 인지할 수 있는데 20년 전에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질 못했다. 전국적으로 좋은 교육(?) 영화이면서 훌륭한 공포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그것이 알고싶다 시리즈의 엄여인을 비롯해서 최근에 개인과외를 빌미로 선생님을 꾀어내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나는 이 싸이코패스가 단순히 공포의 소재를 넘어서 국가적 차원의 재난 관리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누구나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몹쓸 짓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는 그 자체로 비극이다. 심리 상담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사람들이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또 심리 상태에 맞게 상담하는 비용도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싸이코패스들은 무기를 들지 않아도, 말로 행동으로 평범한 소시민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착한 사람들이 받는 고통에 비하면 저런 국비 지원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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